3.23 첫 레슨, 설렘에 기절할 뻔 하다 바욜린과 함께

3시가 첫 레슨이라 아침부터 30분 정도 연습을 하고 갔다.
연습실에서 처음 악기를 드는 순간의 그 설렘과 두려움을 어떻게 표현할 수 있을까?
혼자 온활로 스케일을 해 보는데, 집에서는 죽죽 못 그어서 그런지
옆칸에 사람이 있었는데도 모든 부끄러움이 사라지고 마음 속에 평화가 찾아왔다.(...)

혼자서는 스즈키 2권 처음부터 브람스 '왈츠'까지 연습.
안 되는 부분이 한 군데 있어서 그 부분을 집중적으로 연습하였다.
3시 10분쯤 선생님이 오시고, 악기 조율을 해 주셨다.
(역시나 조율할 때 겹음 내면서 한 손으로 팩 돌리는 신공은 누가 해도 멋있다...
난 기타치는 남자들이 조율할 때가 젤 멋있더라.ㅋㅋ)

선생님과 진도는 미뇽의 가보트까지 나갔다.
총 12곡 중 8곡을 나간다는 사실이 좀 의아하기는 했으나
음악성이 있다는 말씀에 신나게 연주하다 왔다.
나중에 오래 연주해서 구립이나 시립 오케스트라에 입단하고 싶다는 입장도 표명했다.
(이렇게 말하면 악상이나 자세 등을 잘 봐주시지 않을까 해서...ㅋㅋ)

내 자세의 문제점은 악기 끝을 하늘 위로 사선으로 올리는 편이라는 것,
그리고 운지할 때 손을 둥글게, 활 잡을 때도 손을 둥글게 한다는 것을 가끔 잊는다는 것.
그리고 피치카토를 오늘 처음 해 보아서 매우 어색했다.
엄지로 현을 튕기는 만행을 저지르다 보니 선생님께서 '세상에'라고 하셨다.ㅋㅋㅋㅋ
얼마나 야만인처럼 보였을까?^^
아무튼 끝나니까 4시 반이 훌쩍 넘어 있었다 :D

----------------번외편---------------

중간에 알게 되었는데 내 악기가 무거운 편이고,
그리 싸게 구매하지 않았다고 안타까워하시는 것이 아닌가!
그리고는 가벼운 여러 가지(타인의) 악기를 보여주셨다.

나는 이거 좀 쓰다가 비브라토 잘 하게 되면 200~300만원 정도 악기로 바꿀 생각이었다고 했다.
그랬더니 선생님께서 뭐하러 그러냐고 어차피 바꿀 거면 미리 바꾸는 게 좋겠냐고 하셨다.
묘하게 설득력있었다.ㅋㅋㅋㅋ

그 과정에서 얼마 전 입시 끝난 아이가 썼다고 보여주신 올드 악기.
스트라디바리우스 카피 악기인데, 프랑스에서 경매로 가져온 악기라고 하셨다.
약 100년 쯤 되었고 저자 사인도 없고(나는 초보라 그런지 소리보다 그런 '인증'에 눈이 간다)
처음에는 매우 의심스런 눈초리로 '이런 악기도 있구나'하고 구경을 했는데,
이 악기를 예중 예고 학생들이 수도 없이 스쳐 가고
처음에 1200만원 짜리 악기였는데 다른 학생들이 렌탈비로 거의 다 갚아
이제 350만원에 구매할 수 있다는 말에 귀가 솔깃했다.
죽을 때까지 이 악기만 있으면 더 이상 업그레이드가 필요 없다는 말이다.ㅠ_ㅠ
그 어떤 인증보다 '선생님 인증'에 믿음이 갔고, 나도 해 보니까 느낌이 달랐다.

효정 악기로 정말 나는 30분만 해도 팔이 아파오고,
A현을 긋는데 자꾸 B현을 건드려서 신경이 쓰였는데...
선생님이 주신 올드 악기로 하니까 모든 것이 해결되는 것이 아닌가!
악기는 깃털처럼 가볍고 넥은 좁아 들기 쉬우며,
현이나 활이나 모두 날아다니는 것 같았다.ㅠㅠ

그때부터 나의 깊은 고민이 시작되었다.
내 주제에 올드 악기를 사용하는 것이 말이나 되는가? 하다가도
어차피 바꿀 거면 일찍 바꾸는 것이 기교나 실력 향상 측면에서도 훨씬 낫고,
특히 활 가볍게 쓰기나 e현에서의 소리는 난이도가 높아질수록 중요해진다고....
그리고 무엇보다 소리가 나랑 잘 어울린다.ㅠ_ㅠ
G현은 맑고 깊고, E현은 깨끗하고 가볍다.
켜는 순간 운명적이라는 생각이 들 정도로 너무 좋아서 놓을 수가 없었다.

'에이 어차피 업그레이드 두 번 할 거 이번 한 번으로 끝내자!!!'해서 결국은 '제가 사겠어요!!!!!!' 하였다.
이걸 사고 싶었던 아이가 있었는지 자꾸 우리 레슨실 쪽을 서성거리면서 '그 악기구나' 하며 서성거리길래
나의 승리감은 더해만 갔다 ㅠ_ㅠ ㅋㅋㅋ 정말 노리는 자들이 많은 악기였구나....

기념으로 선생님께서 30만원짜리 튼튼한 예쁜 케이스도 새로 주시고,
송진도 프랑스 베르나델 송진으로(먹고 싶은 투명한 질감) 새로 주시고 ㅠ_ㅠ
전에 쓰던 악기 잘 팔라고 새 송진도 주셨다.ㅠ_ㅠ
감사하고 기쁘고 설레고 하면서도 통장 잔고 걱정이 내내 떠나지 않았다.ㅋㅋㅋㅋ

결정하고 집에 돌아와서 계속 그 생각을 하니
'내가 미쳤나'하는 생각과 '악기 정말 잘 산 것 같다.'라는 생각이 공존한다.
지금은 후자로 마음이 기울어 어떻게 티 안나게 재정을 운영할까? 생각만 든다.
내가 해 온 그 어떤 혼수보다 단품으로 비싼 것 같다.ㅋㅋㅋ
가격을 알고 놀랄 사람을 위해 당분간 남편에겐 비밀로 할 것이며(오빠 미안해....)
몇 달 간은 다른 항목에서 지출을 많이 줄여야겠다. 외식 줄여야지!!!

P.S 오늘은 새 악기를 들여오고, 구 악기 팔러 수원에 간다.
30만원에 팔기로 했다. 다행히 음악에 열정 있는 건실한 직장인 청년인 것 같아 마음이 놓인다.
내게는 무거웠던 악기지만 그에게는 깃털처럼 가벼운, 잘 맞는 악기가 되길!!!!
내 품에서 일주일 있었던 효정 HV-300아 행복해라~~~!! 이름도 못 지어주고 떠나보내는구나~~
헤어짐을 아쉬워하며 오늘의 처음이자 마지막 연습 녹음파일을 올린다.



덧글

댓글 입력 영역